2004년도에 우여곡절 끝에 벤처 인증을 받고 한번인가 연장을 했는데 그 기간이 다 지나서 더 이상 벤처기업이 아니다.
지금은 별로 관심도 없고 현실적으로 벤처기업이라고 우대받거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내용도 별로 없다고 본다.
헌데 기술보증기금에서 대출을 받으니 다시 벤처기업승인서가 날라 왔다.
웃기는 세상이다.
단지 운영자금이 필요해서 싼 이자의 정책자금을 빌렸을 뿐인데 그걸 높게 평가해주니 말이다.
사실 2004년도 시점에서는 굳이 벤처 인증에 매달려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외부로부터 빌린 돈도 다 갚아서 싼 정책자금이라도 쓸 일도 없었고, 벤처기업이라고 거래처들이 더 늘어날 것도 별로 없고 또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들은 우리가 불편해서 거래관계를 줄이는 시기였으니 대기업과 거래를 트는 데 도움이 될 일도 없고, 관공서와의 거래도 거의 없고, 그렇다고 외국에서 Venture Company라고 인식을 달리할 리 만무이고, 대외적으로 손 벌일 일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간판구실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내 다리통보다 못한 애들도 미니스커트를 입고 활보하는 데 나라고 못 입을 이유가 없다는 객기도 있었지만, 문의를 몇 번하다가 몇 가지 납득이 가지 않는 답변에 오기가 발동하여 집착을 하게 되었다.
일단은 벤처기업사이트에서 자가진단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시험 삼아 진단을 해 보니 점수가 괜찮게 나왔다. 왜냐? 경영자평가에서 당연히 높은 점수를 받았고(자기가 자신의 점수를 나쁘게 줄 이유가 없지) 사업개시년도도 국내에서는 오래된 축에 속하는 편이었고, 차입금이 없으니 재무건전성 끝내주지, 그리고 IMF이후 경기가 상승곡선을 그렸으니 몇 년간 매출성장률도 양호하지, 단지 규모가 작다는 거외는 별로 꼬투리 잡힐 게 없었다.
하지만 개발된 기술이나 사업성이 있는 핵심 기술은 채울 수가 있었으나 학력과 경력인력이 수반되는 개발전담조직이나 연구개발요원이 따로 없는 거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니 중소기업에서 있는 인원가지고 짬짬이 Item개발하고 경쟁력만 가지면 되지, 무슨 여유가 있어서 전담조직을 갖추나? 초창기에 회사 말아먹기 딱 알맞은 요구조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신청해서 진행하려니까 좀 막연한 거 같아서 대행업체를 이용해 볼 까 생각했는데 첫 상담에서 첫 번째 걸림돌이 법인이 아닌 개인기업이라서 어려울 거 같다는 답변이 나왔다. 개인기업은 안되나 보다하며 업체리스트를 훑어보니 가뭄에 콩나듯 법인이 아닌 기업이 눈에 띄었다. 협회나 도지원센터에 문의하니 개인기업이 안 된다는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 그럼 못할 이유가 없지. 개인기업이 세금을 적게 내나? 직원들 봉급을 제대로 안 주나?
사실 우리나라처럼 개인기업이 차별받는 나라는 별로 없다.
가까운 대만이나 일본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 독일이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도 몇 대를 이어가며 개인기업으로 꿋꿋하게 회사형태를 이어가는 회사가 많은 데 오히려 지원을 받으면 받았지 우리나라처럼 2분법을 적용해서 차별화하지는 않는다. IMF이후 인식이나 제도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할 수 없이 직접 서류를 만들어서 제출을 하는 데 접수를 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난색을 표명한다. 우선 법인이 아니라는 거와 신기술기업의 평가라는 게 간단치 않으므로 좀 어렵겠다는 거다.
듣기 좋게 우회적으로 답변은 듣는 와중에 전담연구부서도 없고 학력을 갖춘 직원도 없고 규모도 별 볼일 없는 개인 기업에서 좀 오버하는 게 아니냐는 냄새를 맡기에 충분한 자격지심이 있었다고나 할 까?
하지만 무시당하면 튕겨 나가는 삐딱한 천성은 오히려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따고야 말아야겠다는 오기를 불러 왔다.
우선 개인기업이 차별되는 조항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해 두었다. 원래 관공서나 관변단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거, 안하던 거를 하기를 싫어한다. 이전에 가던 길, 남들이 별 탈 없이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조항에 없는 걸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중요한 걸림돌은 신기술을 인정받든가, 신기술을 증명하든가 해야 하는 데 담당자는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준비해 온 서류만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내가 신기술이라고 내세운 자료를 평가해주는 전문기술요원이나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내용이 채워져야 하고 내부에 그런 일을 수행하는 전문 인재들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그 나름대로 당위성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신기술을 인정받고자 하는 에어샤워나 크린부스등의 클린장비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심사항목이나 전문심사요원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스스로 자신의 제품의 기술적 우위와 차별성,경쟁력등을 강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건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potion이 많다는 건 유리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우선 기술적우위던 차별성이던 기준을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 전자업계의 제일 큰 업체는 삼성전자이고, 클린룸업체라면 신성ENG아닌가?
사실 기술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특허를 받은 에어샤워를 내세우고 싶었지만 설명을 해 봐야 제대로 이해를 해 줄지도 모르고 차라리 지명도가 있는 이 2개업체를 엮어서 스토리를 구성하는 게 편할 듯싶었다.
비하인드스토리 17회부터 3회간 연재된 내용을 편집해서 그들이 요구하는 신기술을 증명하는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보시오, 국내에서 제일 큰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당시 최신공장을 짓는 아산공장에서 요구한 수준을 클린룸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신성ENG가 제대로 맞춰 주지 못한 장비를 우리는 깔끔하게 소화해 냈고 그리고 지속적으로 납품하고 있으니 이정도면 이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술수준이 아닌가요?’하면서 납품실적과 관련 서류들을 줄줄이 엮어서 파일화 해서 제출했다.
클린룸이란 게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반도체든 바이오든 첨단산업의 기본환경이고 이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최첨단이고 나발이고 Start부터가 안 되는 거라고 입에 거품을 물며 전화로 한참을 설명을 해 대니까 좀 먹혀들어갔는지 개인 기업이라 대표자의 능력과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 부분을 제대로 보완작성해서 방문하란다.
이런 된장! 결국 간판을 갖고 평가하겠다는 거 아닌가?
이러니 기업체를 차리고 좀 꾸려 갈만할 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학력, 경력콤플렉스를 가진 가방끈 짧은 오너들 대상으로 몇 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 넘는 MBA과정수료장사가 되는 모양이다.
뒤져서 찾아보아도 기껏해야 며칠짜리 CEO전산교육,기업혁신과정등외에 내세울만한 ‘쯩’이 없었다. 사업 시작 전에야 취업을 하기 위해서 일어 통역자격증부터 해서 대,여섯개 자격증을 따놓았지만, 사업시작 후 십몇 년 동안은 꾸려나가기에 급급했으니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경력관리를 해 놓은 게 있을 턱이 없었다.
이것저것 뒤져보다가 ‘그래 바로 이거라면 확실한 능력을 검증시킬 수가 있겠다. 싶었다.
그건 다름 아닌 <마라톤 풀코스완주증>이었다.
7~8년 전부터 운동 삼아 뛰기 시작한 것이 10Km,하프를 거쳐 풀코스를 3시간 10분대에 끊고
참가자 1만2천 명 중에 2백몇등을 했다는 중앙일보사가 발행한 완주증은 분명히 자랑스럽게 내세울만한
자신의 능력이 아닌가 싶었다.
지금이야 마라톤인구가 많아져서 풀코스완주나 Sub3을 했다고 우쭐거릴 것도 없겠지만 6년 전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
풀코스완주만해도 대단한 데 40대 종반에 그만한 기록을 낸다면 최소한 그 사람의 정신력이나 자기관리능력은
검증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어찌 보면 웃기는 발상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에 자격미달운운하면 이 완주증을 내밀고 우겨볼 심산을 하고 갔다.
니들이 마라톤풀코스를 알아?
30Km가 넘어서면 체내의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고 오직 정신력하나만으로 버텨야 하는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을
극복해 본 사람이라면 그 어떠한 극한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을
갖추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탄탄하게 준비해간 그런 시츄에이션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게 뭐냐고 하기에 마라톤완주증이라고하니까 의외라는 듯 쳐다 보더니 그냥 씩 웃으면서 받아줬다.
그 뒤 약간의 마찰은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벤쳐등록이 되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들리는 말로는 신기술기업이랍시고 오너가 직접 쫓아와서 프레젠테이션하고 따지고
서류 챙기고 하면서 등록한 기업은 처음 봤다고 하더래나?
작년인가 이노비즈인증싸이트에 들어가서 자가진단을 받아 보았다.
이건 벤처보다 더 지독한 형식주의 간판주의로 구성되어 있었다.
연구소를 갖춰야 하고 대졸자나 석, 박사를 고용하면 점수를 팍팍 주는 시스템도 그렇고…….
